-최근 다발골수종 치료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임상 현장에 남아 있는 가장 큰 미충족 수요는 무엇인가.
다발골수종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치료를 해도 결국 많은 환자가 재발하고, 재발할수록 다음 치료의 반응률이 떨어지고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도 짧아지는 질환이었다.
최근 5~6년 사이 좋은 치료제가 많이 나오면서 치료 성적이 굉장히 빠르게 좋아졌다. 최근에는 치료가 끝난 뒤 5년 동안 MRD 음성을 유지한 환자를 완치로 정의하는 개념도 처음 나왔다. 실제 이 기준을 충족한 환자가 이후에도 정말 재발하지 않는지는 더 지켜봐야 하지만, 완치라는 정의가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치료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좋은 치료제를 충분히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CAR-T는 허가됐지만 아직 실제 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고, 이중항체나 브렌랩도 비급여인 경우 환자가 부담하기 어려운 약가다.
과거에는 좋은 치료제를 2차, 3차, 4차 치료를 위해 남겨둔다는 개념도 있었다. 하지만 1차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병이 악화되거나 전신 상태가 나빠져 2차 치료를 받지 못한다. 치료 차수가 뒤로 갈수록 다음 치료를 받을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 때문에 현재는 최근에 개발된 혁신신약을 가능한 앞단에서 사용해 첫 치료 효과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개념이 자리 잡았다.
-특히 1차 치료 후 재발한 환자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큰가.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좋은 약이 너무 많아 어떤 치료제를 어떻게 조합할지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급여 체계 안에서 선택해야 한다.
현재 1차 치료를 받는 상당수 환자가 레날리도마이드에 노출되고 유지요법도 받는다. 이후 질환이 진행되면 대부분 레날리도마이드 불응 상태가 되는데,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2차 치료 선택지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최근 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병용요법(DVd)이 들어왔지만 치료 성적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까지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에서는 특히 2차 치료가 약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브렌랩은 어떤 환자에게 고려할 수 있는 치료제인가.
2차 치료만 놓고 보면 특정 환자군을 따로 구분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브렌랩·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병용요법을 DVd와 비교한 연구에서는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에서 명확한 차이가 나타났다. 레날리도마이드 불응 환자에서도 효과가 유지됐다.
만약 두 치료가 동일하게 급여된 상태라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브렌랩 병용요법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 같다. 독성이 다라투무맙 기반 치료보다 다소 많을 수 있지만 재발 환자에서는 무엇보다 치료 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 경험도 있다. 과거 더 이상 치료 옵션이 거의 남지 않은 환자가 브렌랩 단독요법 임상시험에 참여했는데 2년 넘게 반응이 유지됐다. 단독요법보다 병용요법에서 훨씬 좋은 성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PI와 IMiD 중심이던 치료 환경에서 새로운 작용기전의 약제가 추가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작용기전이 다른 치료제가 많을수록 다양한 조합을 만들 수 있고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환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
- 브렌랩은 각막 이상반응이 중요한 부작용으로 꼽힌다. 실제 처방에서는 어느 정도 관리 가능한가.
처음 브렌랩을 사용했을 때는 임상의들도 '이 약을 계속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다. 혈액암을 치료하는 의사에게 익숙한 독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막 주변부에서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환자가 시야 흐림이나 시력 저하를 느끼기 전에 안과 검사를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주기적으로 안과 진료를 받고 변화가 확인되면 정도에 따라 치료를 잠시 쉬었다가 호전된 뒤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투여 간격이 길어져도 치료 성적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도 있다.
물론 안과와 협진이 필요하다. 하지만 협업 체계가 잘 갖춰진다면 처음 우려했던 것보다는 관리 가능한 독성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진료 경험에서는 심각한 감염 문제도 많지 않았다. 피부 독성이나 혈소판 감소증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정도의 안전성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발골수종에서 CAR-T, 이중항체, ADC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어떤 기준으로 치료제를 선택하겠나.
재발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우선 효과를 가장 중요하게 볼 것 같다. 현재 발표된 데이터를 그대로 놓고 보면 CAR-T와 이중항체의 치료 효과가 상당히 좋다.
다만 각각 장단점이 있다. CAR-T는 한 번 치료하고 이후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이중항체는 일반적으로 질병이 진행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고 장기간 치료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환자의 상태와 기저질환, 치료 방식에 대한 선호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제 대형병원에서는 재발 시점에 임상시험이 열려 있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 임상시험을 통해 기존 표준치료보다 훨씬 좋은 치료를 받을 기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환경까지 고려하면 브렌랩도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CAR-T나 이중항체와는 작용방식과 안전성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또 하나의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본다.
-결국 국내에서는 신약의 '허가'보다 급여 적용 등 약가가 가장 큰 허들인 것 같다.
비급여 치료비가 매달 1,000만원을 넘어가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환자는 굉장히 제한적이다. 1년이면 1억원이 넘을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이런 치료 옵션이 있다고 먼저 설명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울 때도 있다.
치료 옵션은 있는데 경제적인 이유로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환자에게 또 다른 정신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실손보험 가입 여부나 환자의 경제적 상황 등을 확인한 뒤 설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다발골수종에서는 브렌랩뿐 아니라 테클리스타맙, 탈케타맙, CAR-T 등 급여권에 빨리 들어왔으면 하는 치료제가 많다. 허가된 치료제는 늘고 있지만 환자가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약은 많지 않다. 특히 생존 차이를 명확하게 보여준 치료요법은 조금 더 빠르게 급여 제도 안으로 들어왔으면 한다.
- 앞으로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주목하는 변화는 무엇인가.
좋은 치료제를 더 앞선 단계에서 사용하는 방향이다. 최근 BCMA 표적 이중항체 테클리스타맙을 다라투무맙과 병용해 새로 진단된 환자에게 사용하는 연구에서 굉장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도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이러한 치료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BCMA와 GPRC5D를 동시에 표적하는 삼중특이항체(trispecific antibody)도 주목하고 있다. 초기 임상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고 점차 앞선 치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는 단순히 새로운 약 하나가 등장하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작용기전의 치료제를 어떻게 병용하고, 어떤 환자에게 치료 기간을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것이다. MRD를 정밀하게 측정해 일정 기간 음성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에서는 언젠가 치료 자체를 중단하는 전략도 가능할 수 있다.
환자들에게도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과거에는 다발골수종을 진단하면 완치는 어렵지만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조절하면서 지내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치료가 몇 년씩 이어지기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 모두 지칠 수밖에 없다.
최근 다발골수종은 혈액암 중에서도 새로운 치료제가 굉장히 빠르게 나오고 있는 질환이다. 이제는 완치를 이야기하기 시작할 정도로 치료 환경이 달라졌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머지않아 실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환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의료진과 함께 치료를 이어갔으면 한다.
출처 : 청년의사(http://www.docdocdoc.co.kr)